STATEMENT

 

 

 

"중첩 시리즈에서 대상은 빛입니다. 빛은 입자이자 파동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최근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빛이 그러하듯 모든 하나라고 불리는 것 안에는 두 가지의 대립하는 상태가 겹쳐 있고 그것을 하나로 단정 짓지 않고 묘하게 포개어져 있는 원래 상태 그대로 표현해 내고 싶은 욕망으로 이 시리즈를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매체도 건축재료인 석고와 물감을 동시에 사용해서 표면을 구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색채의 표면을 긁어나가며 물감과 어우러지는 석고의 물성에서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자연과 인간을 나누지 않고 서로 합쳐진 묘한 상태를 추구해 왔던 것과 같은 것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것들에 대해 단정을 내리기 전의 있는 그대로의 상태로서 대상을 느낄 수 있는가? 라는 것이 예술가로서 사람들에게 던지고 싶은 저의 질문입니다."

피아 (彼我)의 공존으로 직조하는 그물망

무릇 공간이란 차등이나 구획을 두지 않고 온 천지를 가득 채우는 것이다. 그러나 정도를 넘은 인간의 이기 (利己)는 공간을 고형적인 벽으로 두르고 나누어 소외와 단절을 자초하고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볼 때 내외부의 인공적인 차별을 두지 않는 한국의 전통 건축은 아집에 빠진 세상의 여론에 커다란 경종으로 다가온다. 그중에서도 특히 누각은 벽을 없애어 구조 골격만으로 지어진 것으로, 자연을 닮음과 동시에 자연에 귀속되려는 용감한 의지의 발현으로 손꼽힌다.[1] 사람이 만든 것인지 풍화와 침식으로 드러난 어느 광물의 표면인지 모를 우병윤의 작업은 바로 이러한 전통 누각의 미학을 닮았다. 누각의 기둥들이 자연 안에서 중첩되면 어디가 나무이고 기둥인지 분간하기 어렵듯이, 우병윤의 작품 또한 녹수청산인 듯 안개에 쌓인 공백인 듯, 조형 요소들이 서로 경계를 오가며 긴장감 넘치는 궤도를 그려내기 때문이다.

 

기실 우병윤의 작업 세계를 하나로 관통하는 주제는 우주 만물을 상호 연관된 ‘관계의 망’으로 파악하여 이 천부의 불이 (不二)적 관계를 나누지 않는다는 개념이다. 그의 지난 작업인 《공명》과 《점선면》 연작은 물론이거니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중첩》 시리즈 역시 이항대립을 극복한다는 정신에 구체성을 보탠다. 다만 같은 주파수를 가진 에너지들이 서로 힘을 주고받는다는 원리를 함축적으로 표현했던 《공명》이나, 점·선·면의 단순한 조형 요소를 부각했던 《점선면》과 달리, 《중첩》은 작품의 직접적인 표면을 거침으로써 사유의 심연에 도달한다. 여기서 작가가 의도하는 ‘표면’이란 매체의 물성과 그의 내면세계가 겹쳐지는 중첩의 구역이다.

 

그렇다면 매체는 우병윤의 《중첩》을 가능케 하는 제일의 조건인 셈인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건축 재료로 자주 쓰이는 석고를 물감과 함께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가 이같이 석고의 물성을 이미지에 입히게 된 것은 질감과 양감의 가능성을 타진해보고자 했던 실험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석고의 효과가 빛나기 위해서는 오랜 인고의 과정이 필요했다. 물감은 캔버스에 바르는 즉시 면에 안착하지만, 석고는 층층이 덧발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가장 이상적인 중첩의 균형을 찾기 위해, 석고를 두껍게 바르고 말리는 과정을 거듭해 나간다. 또한 적합한 텍스처가 구현된 이후에는, 여기에 다채로운 색을 섞는 배색의 단계로 접어든다. 물이 많이 섞인 과슈 물감은 마르기까지 강한 인내심을 요구하지만, 작가는 이 과정에 뒤이어 곧장 석고를 얇게 긁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연소되는 자신을 느끼며 수없이 톤을 포개고 긁어내는 노동의 끝에 이르면, 물감 아래에서 석고의 물성이 발현되어 마침내 하나의 덩어리로부터 파편 같은 빛이 난무하게 된다. 이를 통해 우병윤은 인접을 불허할 듯했던, 존재에 관한 근원적인 통찰을 포착했다. 석고와 물감이 각기 고유한 특성을 지닌 개별 존재인 동시에, 상이한 둘이 아닌 상태에서 하나의 총체와 형태를 이룬다는 것이다.

 

우병윤의 작품이 고담한 아취를 자아내면서도 한편으로는 감정을 일순간 크레셴도로 치닫게 하는 까닭은, 그의 회화 언어들이 이처럼 관계의 그물망 안에서 얼키설키하게 서로를 포섭하고 반영한다는 데에 있다. 또한 우병윤의 작업을 일다불이 (一多不二)한 피아의 그물망으로 상정할 때, 우리는 작가가 스스로를 하나의 그물코로 환원하여 그가 만든 직물 안에 자신을 꿰매어 넣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리저리 긁히고 깨진 석고로부터 나를 발견”했다는 작가의 언급이나, 이 흔적을 드러내는 행위로 우주와 나, 모든 존재의 중도를 화폭에 건설한다는 그의 철학이 이를 방증한다. 요컨대 김규 작가가 틈새의 여백에 우주를 담음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전망하려는 도화선을 마련했다면, 이것은 불이를 실천의 틀로 삼은 우병윤의 중첩에 이르러 단번에 점화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숨결》의 두 작가가 우리 고유의 정신을 녹아내어 제시하는 관점은 특별히 분리와 경쟁의 논리가 지배하는 지고의 위기에서 더욱 튼튼한 자기 바탕을 가질 뿐만 아니라,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한 지렛대가 되어 심장에 부딪쳐 온다.

라흰 갤러리 큐레이터 - 조은영

 

Superposition

 

The title of this exhibition is derived from both Woo’s artistic process and quantum physics, which continues to inform his practice. By overlaying his creations, Woo pursues the idea of superposition - that is, the quantum principle that energetic matter can exist in two different states at once. Dwelling upon this idea of fundamental uncertainty, Woo stresses through his work that the world we live in is neither fixed nor certain. What surrounds us and ourselves are much more layered than how we initially perceive them.

For Woo, plaster is an ideal material with which to translate such notions onto a surface. His philosophical inquiry into nature is marked by his focus on textural intricacy. This labor-intensive practice begins with sculpting forms from plaster. Woo then covers their surfaces with gouache before ultimately scratching into them to create patterned grooves. At times grid-like, and at other times circular, these surface engravings expose each layer of the paintings, thereby putting them in dialogue with one another. In revealing these layers, the artist allows for his works to form multiple and shifting meanings, illustrating his philosophy that "painting a picture is an act of encountering something infinite and mysterious.”

The exposed layers of plaster and gouache together create an evolving exploration of color, texture, and shape. Though in this way formerly separate formal qualities communicate and create a unified whole, they still hold their individual qualities. Woo explains the importance of medium specificity within his works: “I think color and texture convey different perspectives. I think that tactile vision can bring instinctive and real things, and visual vision can bring ideal and ideal things to our consciousness.”

The different processes involved in Woo’s artworks - painting, modeling, layering, and scratching - can be understood as actions of addition and subtraction, which the artist sees as universal foundations of life. The physical and the philosophical are thus intertwined in Woo’s artworks, which through their layered corporeality reflect life’s multiplicitous nature.

이번 전시의 제목은 작가의 예술적 과정과 양자 물리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의 작업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있다. 작가가 추구하는 중첩이라는 개념, 즉 에너지 물질이 동시에 두 가지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양자 원리를 추구한다. 이 근본적인 불확실성에 대한 생각을 바탕으로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은 고정되어 있지도 확실하지도 않다는 것을 작업을 통해 강조한다. “우리와 우리 자신을 둘러싼 것은 우리가 처음에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계층화되어 있습니다.”

 

작가에게 석고는 이러한 개념을 표면으로 변환하는 데 이상적인 재료로서 활용된다. 자연에 대한 그의 철학적 탐구는 현상의 복잡성에 대한 그의 초점으로 표시된다. 이 노동 집약적인 과정은 석고로 형태를 조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런 다음 작가는 과슈로 표면을 덮고 궁극적으로 전체의 흐름들을 만들기 위해 긁어낸다. 때로는 격자 모양이고 다른 때는 원형인 이 표면 조각은 그림의 각 레이어로 나타나며 서로 대화를 나눈다. 이러한 층을 드러내면서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다중적이고 변화하는 의미를 형성하도록 허용하며, "그림을 그리는 것은 무한하고 신비한 것을 만나는 행위"라는 그의 철학을 보여준다.

 

나타나는 석고와 과슈 층은 함께 색상, 질감 및 모양의 변화를 탐구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전에 분리 된 형식적 특성이 소통하고 통일 된 전체를 생성하지만 여전히 개별 특성을 유지하게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서 중간 특이성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색과 질감이 다른 관점을 전달한다고 생각합니다. 촉각적 관념은 본능적이고 실제적인 것을 가져올 수 있고 시각적 관념은 우리의 의식에 이상적이고 이상적인 것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화, 모델링, 레이어링, 스크래칭 등 작가의 작품에 포함 된 다양한 과정은 작가가 삶의 보편적 토대라고 보는 더하고 재하는 행위로 이해할 수있다. 따라서 물리적인 것과 철학적 인 것이 우연히 얽혀있는 작가의 작품은 여러 층을 이루는 물질성을 통해 삶의 다양성을 반영한다.

Helen J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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